대한해협해전 영웅·온라인 ‘전쟁기념관’ 만든 교민·760억 기부 80代 여장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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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12.31. 오후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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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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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문화일보 인물면을 빛낸 ‘화제의 인물 10인’

코로나 쪽잠·반창고투혼 간호사

마스크 손수 만들어 대구에 기부

代이어 울산에 체육관 건립기증

야구선수 출신 대학 총장 취임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시작한 2020년이 코로나19로 저물어간다. 언제 끝날지 터널 끝이 보이지 않아 답답하기만 하다. 이 와중에 정치권은 올해 교수신문이 선정한 사자성어 아시타비(我是他非)로 일관하며 이전투구만 벌여 지쳐 있는 국민을 더욱 힘들게 했다. 그러나 희망은 있었다. 올 한 해 문화일보 인물면을 장식했던 주인공 700여 명 가운데 ‘화제의 인물 10인’은 코로나19로 우울했던 한국 사회에 한 줄기 희망의 등불이자 청량제였다.

우선 올해는 6·25전쟁 70주년과 해군 창설 75주년을 맞은 뜻깊은 해였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대한해협해전 영웅’ 최영섭(92) 한국해양소년단 고문이 주목을 받았다. 특히 최재형 감사원장의 부친으로도 화제가 돼 언론의 인터뷰 대상이었는데, 어렵게 문화일보와의 단독 인터뷰가 성사됐다. 최 고문은 해군 최초의 전투함인 백두산함의 갑판사관으로 6·25전쟁 당시 대한해협해전에 참전, 부산에 침투하려던 북한군 선박을 격침하는 데 공을 세웠다. 그는 대한해협해전뿐만 아니라 인천상륙작전 등 해군의 주요 작전에 참전, 승리한 공로로 금성충무무공훈장 등 무공훈장 4개를 수훈했다. 최 고문은 “우리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머리에 이고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북한이 3대에 걸쳐 무력으로 적화통일하려고 하는데, 이에 대비하려면 힘을 길러야 하지만, 한·미 연합훈련도 하지 않고, 북한 눈치만 보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6·25전쟁 70주년’에 맞춰 온라인 ‘한국전쟁기념관(www.koreanwarmemorials.com)’을 개설한 재미교포 한나 김(37)도 눈길을 끌었다. 김 씨는 세계 30개국, 미국 50개 주를 돌며 ‘한국전 참전기념비’를 찾아 참배하고 6·25전쟁 참전용사 1200명을 만났다. 그리고 수집한 역사적인 자료와 기록들을 공유하고 싶어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그는 “우리는 참전용사들을 잊었지만, 그들은 우리를 잊지 않았다”며 “대한민국의 자유를 위해 희생한 전 세계 참전용사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인터뷰 이후에도 사이트 업데이트 작업을 계속 진행해 완성도를 높였다. 한국어 서비스 및 참전용사들과의 인터뷰 동영상을 텍스트로 옮겨놓아 보다 많은 사람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코로나19와 관련한 인물도 훈훈한 감동을 주었다. 주인공은 소잉(Sewing) 디자이너들로 구성된 한국소잉디자이너협회 김은희(52) 회장과 회원들. 제1차 대유행과 함께 마스크 대란으로 국민 고통이 극심한 가운데 대구지역 취약계층을 위해 마스크를 제작, 기부 운동을 벌여 화제가 됐다. 김 회장은 “마스크 품귀로 힘든 시기에 회원들이 재능 기부를 통해 나눔을 실천하게 됐다”며 캠페인 취지 설명과 함께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를 계기로 전국에서 대구지역 주민들에게 마스크 기부운동이 확산하는 기폭제가 됐다. 김 회장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 이후 다른 매체 인터뷰와 방송에도 출연해 뉴스메이커로 떠올랐다.

코로나19 최전선에서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전국 간호사들을 대표해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도 눈에 띄었다. 그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간호사가 국가 재난 현장을 지키는 핵심 인력임이 입증됐다”며 간호사들의 ‘쪽잠과 반창고 투혼’은 온 국민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고 강조했다.

대(代)를 이은 통 큰 기부의 주인공도 부(富)의 사회 환원을 실천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1977년 고 이종하 선생의 기부로 건립된 울산 종하체육관이 노후화하자 400억 원을 투입해 다목적 복합시설로 재건립, 울산시에 기부채납 하기로 한 장남 이주용(86) KCC정보통신 회장이다. 이번 기부는 이 회장의 뜻을 받들어 그의 장남 이상현(56) KCC정보통신 부회장이 앞장서 결실을 보게 돼 더 큰 의미가 있었다. 기부 DNA가 뼛속까지 스며있는 기부 집안이었다. 언론인 출신의 80대 여성 사업가가 평생 모은 760억 원이 넘는 거액을 카이스트에 쾌척한 뉴스도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주인공은 이수영(83) 광원산업 회장. 이 회장은 “카이스트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반드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80년 넘게 독신으로 살던 그가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은 2018년 첫사랑이었던 서울대 법대 동기동창인 김창홍 변호사와 부부로 인연을 맺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올해는 대한체육회가 창립 100주년을 맞는 해였다. 따라서 대한체육회장을 지낸 이연택(84) 동아마라톤꿈나무재단 이사장이 이목을 끌었다. 때마침 대한민국 체육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제12회 소강(小崗)체육대상 대상을 받은 그는 “체육인들은 체육회 창립 정신과 올림픽 정신을 살려 원리·원칙에 충실하고 순수 체육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80년대 초반 고교야구 스타이자 프로야구 전설로 잘 알려진 박노준(59) 안양대 총장이 야구선수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대학 총장에 취임해 화제가 됐다. 그는 “체육계 후배들에게 운동선수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공부하고 노력하면 프로구단 단장과 교수, 대학 총장도 될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줬다는 데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정의기억연대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국민이 낸 기부금과 정부 보조금 유용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어 국민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위안부 피해자 인권 단체인 ‘배상과 교육을 위한 위안부 행동’(CARE) 김현정(51) 대표가 미국에서 일본군 위안부 운동을 하는 동포사회를 분열시킨 그들의 행태를 폭로해 뉴스의 초점이 됐다.

이 밖에 한국인 최초로 마라톤으로 70일 만에 미국 횡단에 성공한 마라토너 진장환(66) 씨도 인간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정신을 보여줬고, 한국인의 기상을 높였다는 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었다.

박현수 기자 phs200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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